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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맛있는 또는 맛없는 섹스
이름sainturo 등록일2007.06.10 조회수946

어설픈 몸짓, 오버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첫 섹스. 그후 그와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첫 섹스의 강렬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2~3년차 연인들의 섹스 모습은? 은밀한 침대 위를 통해 달라진 혹은 달라질 우리 모습을 본다.



침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남녀 한 커플이 바람같이 들이닥친다. 그리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서로의 옷을 벗기느라 정신이 없다. 시간에 쫓기듯 서로의 몸에만 탐닉했던 첫 섹스 이후 2∼3개월까지의 모습.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녀는 여유(?)를 찾아간다. 입구에서 떨어져 나갔던 겉옷은 얌전히 의자 위에 올려져 있고, 섹스 후 찾느라 힘들었던 속옷은 테이블 위에 제대로 놓여 있다. 뿐만 아니다. 낮은 볼륨의 TV 화면이 조명을 대신하고, 둘 중 한 사람이 샤워를 하는 동안 남은 한 사람은 이리저리 채널을 돌린다. 마치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처럼 대화를 나누고, 이따금 편의점에서 술상을 봐와 술집과 모텔을 일원화시키기도 한다. 섹스 전에도 두 사람은 할 일이 많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그는 모텔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곤 한다. 여러 병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놓고는 섹스 전에 한잔, 후에 한잔, 그리고 또 한잔. 다 좋은데 안주는 늘 양념 오징어. 그래서 매번 양치질을 해야 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한다. (박혜란 26세·대기업)



섹스 초년생 커플과 섹스 중견(?) 커플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피임에 대한 인식과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 일단 사고(?)부터 쳐놓고 고민하던 햇병아리의 모습에서 벗어나 즐겁고 안전한 섹스를 위해 피임 방법 하나쯤은 나름대로 터득해놓고 있다. 남성의 경우 콘돔 사기가 창피해 여관 입구의 콘돔 자판기나 성인 사이트 가입시 주어지는 경품으로 해결했던 초년과 달리, 약국에서 당당하게 구입하기도 하고 홈쇼핑을 통해 편리하게 충당한다. 여성의 경우,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요즘은 위험할 때야. 콘돔 없이는 꿈도 꾸지 마’라는 식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커플마다 애호하는 피임 방법도 각양각색.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섹스를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간다는 것.



나는 루프 시술을 받았다. 가까운 친구조차도 ‘얼마나 많이 하려고…’ 하며 혀를 찼지만, 피임이 해결되니 침대 위에서도 맘껏 즐기게 되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만족한다. (정수진 26세·여행 가이드)





마치 눈을 뜨면 혼나기라도 하는 듯 두 눈을 꼭 감은 그녀. 남자의 웬만한 애무에는 아무 반응도 없이, 마치 목석처럼 온몸을 경직시킨 채 누워 있다. 그 위의 남자. 어설프게나마 그녀의 몸을 이완시키려 노력하지만 좀처럼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땀범벅이 된 그는 지쳐 쓰러진다. ‘내가 좀 심했나?’ 그때서야 두 눈을 뜨고 분위기를 살피는 그녀. 우습지만 누구나 겪는 섹스 초기 남녀의 모습이다. 지식과 욕망은 가득하지만 왠지 그래야만 해야 할 것 같았던 시절. 그러나 연애 연차가 늘어나고 섹스가 빈번해지면서 이 광경은 고전이 된다. 그들의 2`~3년 뒤 모습. 분위기가 됐다 싶으면, 그녀가 먼저 요구를 해오기도 한다.



첫 섹스 후 6개월 만이던가. 큰맘 먹고 요구 사항을 얘기했다.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자기는 너무 빨리 삽입해서 아프다고. 그러니 나를 먼저 흥분시켜달라고. 그날 이후 섹스의 주도권은 확실히 내게로 넘어왔다, 지금까지 쭈~욱. (임은희 25세·대학원생)





분위기가 무르익은 커플. 부드러운 키스부터 시작해 마침내 오르가슴에 도달! 문제는 다음 순간…. 그녀는 오르가슴의 여운을 좀 더 즐기고 싶어한다. 쉽게 말해 꼼짝 않고 그대로 있고 싶은 것. 하지만 남자는? 안타깝게도 있는 대로 힘을 쓴 남자는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남자의 딜레마. 얼른 샤워라도 하고 싶은데, 냉수라도 마시고 싶은데, 지금 몸을 빼면 싫어하겠지? 뭐라고 한마디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 여자가 섹스에 만족하긴 한 걸까? 이런 오만 가지 생각을 배려 있는 행동으로,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섹스 2~3년차 커플의 노하우다. 마지막까지 1~2분쯤 꼭 안고 있다가 일어나 마실 것을 갖다 주고, 땀 닦을 타월을 갖다 주고, 눈이 마주치면 생긋 웃어주는 것.



멋진 남자 내 애인.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런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난 차가운 물에 수건을 적셔 그의 몸을 닦아준다. 어차피 샤워는 할 거지만 잠시의 휴식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조은영 26세·통역 프리랜서)